영덕 블루로드 A코스
빛과 바람의 길 ; 강구대교에서 해맞이공원까지 18.7km , 강구항 / 해맞이캠핑장 / 신재생에너지전시관 / 풍력발전단지
마지막 수정일 2022-12-29 23:46:59
탐방기
사람과 자연 사이를 파랗게 칠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저마다의 폭이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겪게 된다. 그 가운데는 내가 원해서 연을 맺었으나 예상할 수 없는 결말로 나아간 경우도 있고, 역으로 생각지도 않았던 연이 귀하게 피어나기도 한다. 그 모든 관계들을 자로 잰 듯이 단일한 잣대와 거리로 사람을 사귀는 이를, 적어도 나는 여태 본 일이 없다.
그러한 사람들로만 가득한 세상을 떠올리면 당장이라도 숨이 막힐 것 같지만, 의외로 평생 경험해본 적 없는 쾌적함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갈등과 싸움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테고, 인류사가 쓰인 이래 전쟁의 참극을 지운 적 없는 어리석음도 일순간에 개도될는지 누가 알겠는가.
밑도 끝도 없이 내뻗는 사념의 잔가지를 굳이 전지(剪枝)하지 않고 방기하고 있는 걸 보니, 내가 지금 확실히 여행길에 서 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었다면 저와 같은 엉뚱한 상상을 할 여유가 있을 리 없다. 좁다란 마음 탓일 수도, 사색의 시간이 아주 엄금 수준인 현실 탓으로 돌리든 말이다. 그러고 보면 필자에게 ‘여행’이라는 말과 ‘일상’이란 단어 사이의 거리는 참으로 까마득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엔 어떨까. 여행과 일상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가깝고, 또 먼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저마다 다른 폭처럼 필자와 달리 누군가에게 여행과 일상은 그 경계가 따로 그어져 있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내가 속한 그 일상을 여행처럼 느낄 수 있고, 훌쩍 떠나온 여행길이지만 함부로 도취되지 않고 일상을 영위하듯 온전하게 여행의 시간을 살아가는 자야말로 진정 이 말과 저 말 사이의 거리로부터 자유로운 자가 아닐까, 저 구불구불 내뻗은 파랑길처럼 생각을 이어가보았다.
영덕 블루로드 A코스 ; <빛과 바람의 길>
강구대교에서 해맞이공원까지 18.7km
저 파랑길의 출발은 강구대교부터였다. 은빛 강철이 대게의 다리를 형상화하고 있는 강구대교를 둘러보는 동안, 잘 부르지도 못하는 휘파람을 입에 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리가 되어 흩어지지 못한 휘파람이야 바람만이 들었으면 들었을 터인데, 무슨 반가운 손님이라도 온 양 이름 모를 바닷새가 저공비행으로 날갯짓을 했다. 바다와 면한 길 따라 길게 이어진 대게 음식점의 사장님들이 먹고 가라고 손짓했다.
갈 길이 먼 줄 모르지 않으면서, 들르지도 않을 거면서 괜히 대게 가게 늘어선 길을 한참 걸었다. 거리는 대게 찌는 증기 속에 녹아든 진한 게살 향과 짠 바다 내음이 섞여 있었다. 그 길을 외면하고 산행에 돌입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
블루로드 출발점 강구대교
내 눈엔 대게의 다리를 표현한 것 같은데… 다시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영덕대게거리 반대 방향, 경북조정 면허시험장쪽에서 바라본 어느 작은 선착장과 강구대교
본격적인 블루로드 구간으로 진입했다. 검색해서 알아보니 영덕 블루로드는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총 길이 770km 해파랑 길의 일부 구간을 일컫는다 한다. 해면의 은빛 빛살을 뒤로하고 산길로 나를 인도하는 A코스에 당혹스러움이 훅 끼쳤다.
‘날 걷게 하겠다고?’
움직이는 데에는 영 취미가 없어 투실한 궁둥이 살이 빠질 새가 없는 필자는 더듬더듬 길 따라 내딛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산이 산이지, 하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걸음을 옮기긴 옮겼으나, 발길 아래 부서지는 시월의 햇살을 발견한 어느 시점부터 몸도 마음도 차츰 가벼워지는 것이 아닌가. 산행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산 아래 풍경 속으로 대게누리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투덜대던 마음은 조금 더 오르면 그만큼 더 많은 조망권이 주어지려나 싶은 욕심으로 쉽게 바뀌었다.
산행과 산책의 사이에서 숨이 가빠질 무렵, 나무와 나무가 인간에게 슬며시 시야를 양보한 자리에서 광막한 바다를 맞닥뜨리게 되었다. 멀리 바다와 하늘이 서로 다른 색으로 면해있었다. 광경에 잠시 아득히 젖어들자, 거기까지 나아가며 붙들고 온 갖은 잡념들이 초라해졌다. 시내의 높낮이 없는 포장길에 익숙한 몸뚱이에는 땀이 배어나왔지만, 가다 서며 느리게 걸음 한 것은 벌써 몸이 지쳤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흙과 나무와 하늘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영역에 발을 들인 인간쯤 하등 개의치 않고 살아왔을 저이들의 숨결을 최대한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다.
산에 산에 핀 꽃 꽃들, 길 길들
영덕 블루로드 각각의 코스가 도보 여행자를 위한 코스이긴 하지만, 바퀴 달린 것에 몸을 실어도 좋은 코스라는 사전 정보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A코스만은 일일이 두 발이 닿아야 목적지인 해맞이공원까지 정직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출발할 때만 해도 이 정직함을 획득하는 데에 대여섯 시간이나 걸릴 줄은 생각지 못했다. 부연하자면, ‘몰랐다’는 것이 걸리는 시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그 길을 걷는 동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방전된 내 부실한 체력에 대한 것이었다. 출발할 때만 해도 해가 대낮의 천장에 한참 못 미쳤던 오전이었는데, 저 아래 강구항을 온전히 조망할 즈음까지 산을 올랐을 때는 볕이 꼭대기에 내걸려있었고, A코스의 삼 분의 이 이상 도착해 풍력발전단지가 멀리 눈에 들어올 즈음에는 오후의 볕이 사위어 조금씩 이울고 있었다. 블루로드라는 이름이 품은 낭만만을 떠올리면서 쉽게 덤벼들 코스는 아니구나 싶다. 아. 다시금 나를 블루로드의 초입에 세운다면, 저 강구항에 널리고 널린 대게 맛집에서 반드시 든든하게 먹고 출발할 것이다. 대게의 길쭉하고 튼튼한 다리를 떠올리며 나는 자주 걷다 쉬다 했다.
이제 다 와 가는 거 맞지?
아마도 그런 것 같은데?
마침내 오르막이 끝나고 산중턱을 지나는 도로를 걸을 땐, ‘블루’로드라는 콘셉트에 맞게 푸른색 안전선이 도보 여행자를 보호해주고 있었다. 차도조차도 걷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애쓴 지자체의 속 깊은 행정에 물씬 고마움이 느껴졌다.
파란 선 밖으로 걸으면 안 돼요!
오르막이 끝나면 시원한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다!
풍력발전의 거대한 날개를 마주할 일이 없는 도시민으로서는 인공의 산물에 압도당하는 이채로운 경험까지 선사해주었다. 무한히 불어오는 해풍을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모르긴 몰라도 바람을 맞기에 최적인 오르막에 설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까지 닿기 위해 다리야 후들거렸지만, 과연 그만한 수고로움과 충분히 맞바꿀 만한 전망이었다. 블루로드 네 가지 코스 가운데 가장 난코스일 것이 분명하지만, 두 발 재게 놀린다면 오르지 못할 곳도 아니니, 주저 않고 내처 걸음하시길 추천 드린다.
[숏츠3, 4]
국내 최대의 상업용 민간 풍력발전단지로 24기가 가동 중.
한쪽 날개의 길이가 무려 41m에 이르고 80m 높이를 자랑한다고 하니,
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이채로운 풍경에 잠시 넋을 빼앗길 만 하다.
일정에 쫓겨 신재생에너지관에 들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곳에는 바람, 태양, 물이라는 자연이 인간이 이용하는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과 활용법 등을 즐거이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단순한 볼거리 차원의 관광 목적보다 우리가 딛고 있는 산길과 바닷길을 비롯한 자연과 인간의 공생, 미래 에너지에 대해 평소 하지 않았던 생각의 귀퉁이를 넓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해맞이공원에 이르러 블루로드 A코스는 끝을 맺었다. 그곳은 한 코스의 종지부이자 새로운 코스의 시작이었으며, 양 코스 어느 모로 보나 하이라이트가 아닐 수 없었다. 산길이 끝나며 전체적으로 완만한 해안도로인 B코스를 알리는 이정표에서 다시 넋 놓고 바다를 마음껏 바라보았다. 내가 마치 몽고인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륙 깊숙한 곳에서 나고 자라 생전 바다를 본 적 없는 사람처럼 턱을 늘어뜨리고 한참 취해 있었다. 그동안 쉬지 않고 불어오는 해풍이 송골송골 맺힌 땀을 앗아가 주었다. 창포말등대에서 시작해 전망대를 따라 난 산책로도 까닭 없이 오르락내리락 해보았다. 그러니 복잡한 세상사 따위 관심 없는 천진한 아이가 된 것만 같았다. 그렇게 수평선을 바라보는 동안, 나는 불어오는 해풍에 깎고 깎이어 마침내 아주 작고 약한 존재가 되었다. 이대로 먼지 같이 작은 존재가 되어 이 파랑길의 끝까지 한숨에 날아가고 싶었다.
블루로드 A코스를 대표하는 볼거리, 창포말등대
[숏츠1]
해안 드라이브 중에 잠시 차를 세울 만한 가치가 있는 곳.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가 장식하고 있는 산책로와 갈대숲이 아름다운 해맞이공원.
해떨어진 시각에 이 길을 걸으면 더욱 멋질 것이다!
[숏츠2]
영덕 해맞이공원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시 한 수 안 읊으면 서운하지!
업체정보
지도
주소:36455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리 575-2
주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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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식당
작은 가자미, 미주구리회가 유명한 횟집입니다. 드라마 식객에 출연한 배우들을 비롯해 여러 연예인들의 사진과 사인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곳이지요. 미주구리는 회국수 식으로 즐길 수도 있는데 살얼음 양념과 함께 비벼서 시원하게 먹는 맛이 별미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란 성게알을 야채와 밥에 비벼먹는 성게알비빔밥도 이색 메뉴지요. 영덕의 유명한 대게찜도 대게철이면 많이 찾는 메뉴라고 합니다
2022-12-29 21:13:42 -
바다소리
대게 거리의 디저트를 책임진다는 "해파랑 공원" 앞 바다소리 카페. 바닷가 좌석은 물론, 루프탑이 있어 바다를 내려다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바다라떼는 생크림이 흘러내리면서 바다의 파도 모양이 형성되는데 바다 속 모습을 형상화했다. 바다 색깔의 소다에 우유와 커피가 들어가고 마직막으로 생크림이 들어가 눈으로만 보아도 즐겁다. 또한 식감과 풍미가 좋다고 유명한 프랑스 밀가루는 물론, 100% 우우 생크림과 무염버터를 사용하여,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은 베이커리를 만든다. 방부제를 넣지 않기 때문에 매일매일 그날 만든 빵만을 판매한다. 페스츄리 꽈베기 소세지, 앙버터 페스츄리, 초코크림 크루아상, 뚱 에그타르트, 아몬드 누룽지 쿠키, 마늘번, 알록달록 마카롱과 간식으로 먹기 좋은 머랭 쿠기, 튀에르, 크림치즈 쿠키, 통아몬드 드나시 등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가 있다. 뭘 골라도 평타 이상이라 대표적인 베이커리를 뽑기 어렵다.
2022-12-30 14:18:04 -
도화 커피숍
도화카페는 음료를 캔에 담아준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핫팩처럼 즐길 수 있다. 다 들이킨 캔으로는 남기고 싶은 글을 캔 위에 적은 다음 바다 위 테라스에 단단히 달아 추억을 남기고, 다음에 나의 캔을 다시 찾아오는 추억을 선물받는다.
2022-12-30 14:59:44 -
금진가든 숯불왕갈비
금진가든은 갈비 쪽 삼겹 부분을 사용하는데다 고기에 양념을 48시간 숙성해서 고기가 부드럽고, 육질도 훌륭하다. 또한 양념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딱 적당하다. 다른 가게보다 고기를 두껍게 써는데, 이 고기 두께가 금진가든의 특성이다. 대나무 숯으로 고기를 굽게 되면 그 열량이 세져서 고기가 탈 수 있기에 고기를 두껍게 잘라 대나무 숯불향을 더 입히는 최고의 선택이다. 이 선택의 결과는 고기를 한 점 먹어보면 알 수 있는 ‘깊이 있는 다른’ 맛이다. 특히 청국장은 사장님 친구 분께서 직접 담가서 보내준다고 하니, 진짜 청국장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이렇게 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겨져 있으니 맛이 있지 않고는 베길 수 없다.
2022-12-29 21:3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