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분식
보리밥정식, 추어탕 맛집. 분식집이라고 씌여 있는 상호와는 달리 넓은 정원에 수석과 분재가 예쁘게 진열되어 있는 곳이다. 직접 담그는 고추장에 보리밥을 비벼먹는 맛이 그만이다.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 맛도 좋다. 실외 정자 4석이 있어 운치를 즐길 수 있다.
마지막 수정일 2022-12-29 23:19:24
탐방기
수석 분식
영덕엔 산도 있음이야…
‘영덕’ 하면 드라마 장소로 유명한 강구항과 대게가 떠오른다. 하지만, 영덕에 그것만 있으랴? 영덕은 바다 뿐 아니라 산과 하천 또한 일품이다. 그런 영덕에 대게만을 영덕의 맛으로 꼽는다면 섭섭할 것이다. 영덕 시장은 참고로 구 시장과 새롭게 지어진 시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그 사이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는 구 시장 쪽을 둘러 보았다. 시장은 바다의 향보다는 산의 향으로 가득했다. 따사로운 볕을 받으며 힘들여 키운 작물을 소복하게 쌓아 올린 할머니들의 표정에서 상품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느껴졌다. 그렇게 우리는 영덕 시장에서 영덕의 품에서 나온 각종 농산품을 구경했다. 그리고 점점 사라져가는 재래시장 특히 방앗간에서 떡국으로 쓰이는 떡과 가판에 전시되어있는 찐쌀을 구매했다. 맛의 절반은 추억이라고 했던가? 찐쌀은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셨던 그 시절로 돌아가기에 충분한 맛을 선보였다.
<대게가 시장을 지키고 있지만, 그것이 지키는 것은 해산물 보단 농산물이었다.>
찐쌀의 향유를 뒤로 하고 목적지인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수석 분식’으로 향했다.
누구나 맑고 깨끗한 가을 하늘을 좋아 할 것이다. 빛이 제법 좋아 모든 사물이 또렷하고 아름답게 보여서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가을 하늘은 나에게 수려하다. 하늘에서의 수려함을 떼어 낸듯한 장소가 있다면 수석 분식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수석 분식의 외관은 소담한 한옥이다. 담장의 직선과 기와의 곡선은 서로의 기세를 뽐내기보다는 내어줌으로써 한껏 가게의 분위기를 돋보였다. 하지만, 수석 분식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잔디와 수석, 나무, 꽃들이 즐비한 정원이 눈을 희롱한다. 정면 입구에서 오른쪽 대각선에 정자가 자리해 있다. 저기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면 아마도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소원 하나는 삭제하고도 남을 경치였다. 수석과 식물 하나하나에 주인장의 정성을 입으로 맛보기 전에 눈으로 맛을 볼 수 있었다. 정원의 경치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주인공 밥상이 기다리고 있는 내실로 향했다.
<단아한 형상들로 가득한 정원에 눈부신 가을 햇살이 내려앉다>
<실내 좌석>
사장님의 밝은 미소와 함께 내실에 들어섰다. 이 가게의 메뉴는 ‘보리밥’과 ‘추어탕’ 2가지로 단출하다. 메뉴에서 사장님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일행은 보리밥 정식을 주문했다. 영덕의 푸르름을 옮겨 놓은 듯한 밑반찬이 식탁에 차려졌다. 콩나물, 열무, 호박, 오이소박이 등등의 반찬의 환영식을 젓가락으로 입에 가져다 오는 것으로부터 화답했다. 그렇게 화답의 몸짓을 벌이는 동안 보리밥과 된장찌개가 등장했다. 나에게 있어 보리밥의 구수함은 쌀밥보다는 더 좋게 느껴진다. 보리밥의 효능을 검색해 보았더니, 고혈압에 좋은 음식이라고 나와 있었다. 최근 고혈압 판정을 받은 나의 몸은 직관적으로 보리밥을 환호했다. 먼저, 고운 황토 빛깔을 머금은 된장찌개를 한 입 떠먹어 보았다. 된장찌개는 상황에 따라 그 맛의 느낌이 다르다. 고기를 먹은 뒤에 먹는 된장찌개는 좀 더 간이 강한 게 좋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보리밥과 함께 먹기에는 간간하면서 각종 야채와 멸치, 다시마가 가득 들어간 밀도감 있는 육수의 맛이 느껴지는 된장찌개가 일품이다. 수석 분식의 된장찌개는 된장의 맛도 맛이었지만, 육수의 맛이 잘 느껴지는 찌개였다.
<보리밥상에서 황금빛깔의 된장찌개를 수확하다.>
<단아한 반찬들은 내 코끝을 수려하게 희롱한다.>
식탁 위에 펼쳐진 영덕의 푸른 밭을 수확해 보리밥으로 가지런히 옮겨 놓았다.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검붉은 듯한 고추장이 눈에 보였다. 한눈에 보아도 기성품이 아닌 주인장의 정성이 담겨 있는 수제 고추장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고추장의 향은 단연 비빔밥의 왕좌다움을 갖추고 있었다. 기성품 고추장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고추장이 처음엔 다소 낯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을 품은 듯한 고추장의 향은 재료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어깨 동무하듯 받쳐주고 있었다. 다 섞은 보리밥에 김치를 올리고 포식자의 심정으로 베어 물었다. 귓가에 환청이 울려 퍼진다. “영덕으로 이사해서 매일 이 맛을 즐겨라…”
<아는 맛이 무섭다. 그런데 알면서 더 있을 것 같은 맛은 어떨까?>
남김없이 싹싹 비웠다. 이것이 가게 사장님에게 말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일 듯하다. 그리고 숭늉으로 말끔하게 입안을 비워냈다. 처음 ‘수석 분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라면이나 김밥 같은 분식을 떠올렸었다. 젊었을 적에 초등학교 아이를 둔 시절 식당을 열게 되었는데 그 시절 술을 파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고 하셨다. 지금 이 곳으로 가게를 옮기면서 술을 갖다 놓기는 했지만, 판매를 잘 하시지는 않는다. 물론 술이 매출을 올리는데 용이하기는 하지만, 술로 인해 생기는 사건들이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하셨다. 그렇게 사장님의 기개를 꿋꿋하게 놓인 수석들이 말해 주는 듯하였다. 포만감에 이른뒤 다시 바라본 정원은 더욱 아름다웠다. 나가면서 사장님께서 정원에 맺은 무화과 열매를 손에 쥐어 주셨다. 열매를 맺지 않지만 맛있는 열매. 라면과 김밥을 팔지 않은 분식집. 이 둘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그래서 평생 기억될 상호일 것 같다.
<수석분식을 나서며>
업체정보
대표메뉴
보리밥정식, 추어탕
전화번호
054-734-5292
운영시간
오전10시반 - 오후7시 (마지막 주문 오후6시까지)
휴무일
별도로 정해지지 않음
지도
주소:36436 경북 영덕군 영덕읍 남석2길 7
주변정보
-
이가네옛날불고기
불고기 전문점답게 다른 메뉴는 없다! 단품으로 승부를 보는 가게이다. 사장님이 추천하는 간장 노른자 소스에 불고기를 푹 찍어서 먹으면...!!! 밑반찬이 여러 가지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깻잎 장아찌와 같이 먹으면 이게 또 별미이다. 영덕에는 대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22-12-25 19:39:08 -
달포고깃간
쫄깃한 모소리살과 꼬들살, 뽈살 그리고 숙성생삼겹살 맛집. 각 부위별로 어울리는 소금, 와사비, 갈치 속젓 등과 함께 할 수 있어 돼지고기 맛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좌석수 72석, 주차장 6대)
2022-12-29 21:54:44 -
야성숯불가든
영덕군 우곡리에 있는 숯불구이 집이지만 고기와 함께 내놓은 시레기된장을 먹어본 공무원들이 아침, 점심에도 시레기된장을 판매해달라고 하여 이후 청국장, 된장찌개, 돌솥정식 등의 메뉴가 불티나게 팔리게 되었다. 옛날에 담궈 놓은 된장이 깊고 진한 맛을 낸다. 고기구이를 시키면 쌈채소를 비롯하여 몇 가지 반찬이 나온다. 제육볶음도 맛있다. 갈비살, 등심불고기, 쌈밥, 소갈비 등의 메뉴가 있다. 모텔도 같이 경영한다.
2022-12-25 20:00:17 -
옥토버21
다양한 제빵 제과의 인테리어와 향기가 별천지에 온 듯 기분을 좋게 만든다. 오후 1시쯤 가면 빵 종류가 제일 많다. 스트레스를 날려줄 달콤한 간식으로 다양한 종류의 러스크와 머랭쿠키, 마들렌이 있고, 요즘 유행하는 소금빵이 카페의 베스트 메뉴라고 한다. 그 외에도 빨미까레, 크로와상, 소세지빵, 우유모닝빵, 프레첼, 고구마크림 빵, 퀸아망, 몽블랑, 에그 샌드위치, 양파 빵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빵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자랑하며 선을 보인다. 음료는 커피와 라떼, 에이드, 차 종류를 판매한다. 모든 가격의 표준을 점쳐 볼 수 있는 아메리카노 레귤러는 2,800원. 라지는 3,500원이다.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가격이 착하다.
2022-12-30 14:03:53